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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면접, 나에게 관심 없는 면접관

40대 퇴사 2025. 7. 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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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누가 볼까? 

누군가가 보게끔 하는 글을 써야 한다. 

 

물론 이 블로그는 거의 내 마음대로 쓰고 있지만, 대다수의 블로그가 그렇다. 그냥 내 생각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최근 면접을 봤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면접관들에게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이고, 이 회사에 기여할 가치가 높은 사람인지를 어필하는 장이다. 마치 '나'를 파는 시간과도 같다. 

 

한 회사의 면접자리가 어렵게 잡혀 가게 됐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연차를 내고 정장까지 꺼내 입고 먼 길을 갔다. 때 마침 당시는 폭염특보가 내린 날. 거리에서 그냥 서있기만 해도 얼굴에 땀이 주루룩 흘렀다. 자켓은 벗어 들고, 예정된 시간보다 40분 일찍 도착했다. 

 

인근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하나 시키고, 30분을 기다렸다. 머릿속으로는 면접에서 나올만한 질문거리를 떠올리며 시뮬레이션을 해가면서 말이다. 

 

면접은 첫인상이니만큼 늦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10분 일찍 면접장에 도착했다. 참 당황스러운 것은 "일찍 도착하셨네요" 라는 면접관의 말. 예정된 면접 시간보다 10분 일찍 왔는데, 내가 기대한 반응과는 조금 달랐다. 

 

이어진 면접시간도 내 기대와는 상당히 달랐다. 내가 준비했던 예상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고, 마치 차담회 하듯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사실 그런 식의 면접방식이 나쁘지는 않다. 되도록 면접자의 긴장을 풀어주고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면접관들이 나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한 눈치였다는 점이다. 

 

몇번 면접을 보니 느낌이 온다. 면접관이 아무리 살갑게 말을 하더라도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는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면접관이 매몰차게 묻거나 깐깐하게 굴어도 나에게 관심이 있어 질문하는 경우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 면접은 거의 완벽하게 전자에 가까웠다. 

 

그렇게 며칠을 고생해서 준비하고, 연차를 쓰고, 무더위에 정장을 입고, 발에 맞지 않은 구두를 신고 찾은 면접장에서 면접관은 하나마나한 질문으로 15분 정도 나를 만났다. 

 

그리고 연락이 없다. 

 

괘씸했다. 그 15분으로 나를 파악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스펙이 모자랐다는 말인가? 그럴거면 서류에서 탈락시켜야지 왜 면접까지 불렀을까? 

 

면접을 해보니 마음에 안드는 점이 발견됐을까? 그렇다면 최소한 그런 문제를 두고 나와 논쟁이라도 벌였어야 맞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사실 이번에는 면접 탈락이라는 결과 보다는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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